1. 샤인머스켓의 개발 과정: 일본에서 탄생한 프리미엄 포도
샤인머스켓(Shine Muscat)은 일본에서 개발된 고급 포도 품종으로,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으며 당도가 높아 프리미엄 과일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품종은 일본 농림수산성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과수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Fruit Tree Science, 現 일본 농업·식품산업기술 종합연구기구)**에서 1988년부터 육종 연구를 시작해 2006년에 공식 품종으로 등록되었다. 샤인머스켓의 탄생은 기존 머스켓 품종의 단점을 보완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특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샤인머스켓은 **‘스튜벤(Steuben)’과 ‘마스캇 오브 알렉산드리아(Muscat of Alexandria)’의 교배종인 ‘아케보노(Akebono)’**와 **‘화이트 무스캇 오브 할렘(White Muscat of Haarlem)’**을 교배하여 만들어졌다. 초기 연구에서는 머스켓 특유의 향과 높은 당도를 유지하면서도 씨가 없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일반적으로 포도는 씨가 없으면 당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진은 씨가 없으면서도 당도가 높고 풍부한 향을 가진 품종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교배와 선별 과정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탄생한 샤인머스켓은 평균 당도가 **17~20브릭스(Brix)**에 이를 정도로 높고, 산미가 적어 매우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또한, 일반 포도보다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아삭한 식감과 독특한 머스켓 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프리미엄 과일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갖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2006년 품종 등록 이후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으며, 고급 포도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샤인머스켓은 원래 일본 내수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품종이었지만, 높은 가격과 품질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일본은 이 품종을 수출 전략 품목으로 삼고, 자국 내에서만 재배될 수 있도록 강력한 품종 보호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경로로 해외로 유출되면서, 이후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샤인머스켓이 빠르게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2. 한국에서의 샤인머스켓 재배 확산: 농가의 새로운 선택
한국에서 샤인머스켓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초기에는 일본에서 묘목을 수입해 시험적으로 재배하는 수준이었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경북 상주, 영천, 충북 영동 등 전통적인 포도 재배지에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샤인머스켓의 국내 확산은 몇 가지 중요한 요인에 의해 촉진되었다.
첫째, 기존 캠벨얼리와 거봉의 시장 정체였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어 온 대표적인 포도 품종인 캠벨얼리와 거봉은 생산량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로 인해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특히 캠벨얼리는 씨가 많고 껍질이 질겨 젊은 소비층의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었으며, 거봉 역시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반면, 샤인머스켓은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으며, 달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둘째, 높은 경제적 가치였다. 샤인머스켓은 재배 난이도가 비교적 높지만, 다른 포도 품종에 비해 판매 가격이 높아 농가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품종이었다. 기존 포도보다 kg당 가격이 2~3배 이상 비싸게 형성되었으며, 고급 과일 시장과 명절 선물세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었다. 경북과 충북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에서는 샤인머스켓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지원 정책을 펼쳤으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재배 기술 교육과 묘목 보급을 진행했다. 또한, 한국 농업진흥청에서도 기후에 맞는 재배 기술 연구를 통해 샤인머스켓의 안정적인 생산을 돕고 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샤인머스켓 재배 면적은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 100ha(헥타르) 수준이던 재배 면적은 2023년 기준 3,500ha 이상으로 확대되었으며, 생산량도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샤인머스켓은 국내 포도 시장의 주력 품종으로 자리 잡았으며, 해외 수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3. 로열티 문제: 일본과의 갈등과 한국의 대응
샤인머스켓의 빠른 확산과 성공 이면에는 로열티(품종 사용료) 문제라는 민감한 이슈가 있다. 일본은 샤인머스켓이 자국에서 개발된 품종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무단으로 재배되는 것을 우려했고, 이에 따라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도 했다.
원래 신품종은 국제적으로 **식물신품종보호제도(UPOV, International Union for the Protection of New Varieties of Plants)**에 따라 20~25년 동안 품종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샤인머스켓을 등록했지만, 해외에서의 재배를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 묘목이 유출되었고, 일본은 이에 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샤인머스켓이 정식 수입되기 전부터 일부 농가가 일본에서 들여온 묘목을 이용해 재배를 시작했고, 2016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일본은 2017년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샤인머스켓이 무단 재배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품종 보호 기간이 만료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로열티를 지불할 의무가 없었다.
이와 같은 로열티 이슈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도 발생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더 빠르게 샤인머스켓 재배가 확산되었고, 일본의 통제를 벗어나 대규모 생산과 수출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품종 등록 제도를 강화했지만, 이미 주요 시장에서 널리 퍼진 상황이라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결국, 샤인머스켓 로열티 문제는 일본의 품종 보호 정책 미비와 해외 시장 확산 속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로, 한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이 품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샤인머스켓을 넘어 자체적으로 신품종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품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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